미·캐나다 갈등, 이념 논쟁 번지나

카니의 대미 강경책 시험대

알버타 분리론까지 정치 쟁점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통상 협상의 범위를 넘어 양국의 외교노선과 국가 정체성, 연방제의 장래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정부는 오는 9월 8일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 AI image.antnews>

문제는 양국의 경제적 의존도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 상품 수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75.9%였고, 2025년에도 71.7%에 달했다.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의 압도적인 최대 수출시장이다. 반면 미국 경제에서 캐나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러한 구조에서 동일한 규모의 보복관세가 경제적 충격까지 동일하게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협상 중단을 결정하면서 미국의 마지막 요구가 캐나다의 주권과 핵심 산업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보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국내 경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8월 21일 공식 성명에서 미국과의 협상 목표가 미국 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캐나다의 독립성과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움직임 역시 변수이다. KPMG가 2026년 7월 캐나다 제조업체 2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가운데 4곳이 이미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했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으며, 57%는 경제 불확실성과 무역·관세 문제로 자본지출을 중단·축소·취소했다고 답했다. 캐나다 통계청의 3분기 조사에서도 전체 기업의 32.2%가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니 정부의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카니 총리는 2026년 1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캐나다와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양국은 에너지·경제·무역·안보·다자주의 등을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유럽 등으로 외교·경제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카니 정부의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캐나다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놓고 정치적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원산업 중심의 알버타에서는 연방정부와의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연방정부의 재정 이전제도와 에너지·환경정책, 세금정책 등을 둘러싼 서부 지역의 불만이 분리주의 논쟁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알버타 분리 문제는 현재 실제 정치 일정으로까지 진입했다. 앵거스리드연구소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알버타 주민 가운데 캐나다에 남는 쪽은 61%, 분리 절차를 시작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은 33%였다. 가상의 실제 분리 투표에서는 분리 찬성이 30%, 잔류가 65%였다. 따라서 알버타 독립이 임박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분리주의가 더 이상 주변부의 정치적 구호만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된다.

 

결국 이번 미·캐나다 무역전쟁의 핵심은 단순한 관세율 경쟁에 있지 않다. 미국은 캐나다가 자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진 상황에서 더 많은 시장 접근과 무역 조건을 요구하고 있고, 캐나다 정부는 이를 경제 문제를 넘어 주권과 국가적 자율성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카니 정부의 대중국 접근과 중견국 연대론 역시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일부이다.

 

더 큰 문제는 무역분쟁이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니 정부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유럽 등과 관계를 확대하면서 캐나다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서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정책과 연방정부의 경제·재정 정책에 대한 불만이 분리주의 논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 캐나다가 직면한 선택은 단순히 미국의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비용을 감수하고 대외관계의 다변화와 국가적 자율성을 확대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 개입과 복지 확대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시장의 자율성을 어느 수준에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캐나다 무역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이러한 경제·외교·이념 논쟁은 캐나다 내부의 지역 갈등과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캐나다 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작성 2026.09.05 10:36 수정 2026.09.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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